건널목(횡단보도)을 건너는 아빠와 딸

운전자보험의 필요성, 쉽게 일어날 법한 12대 중과실 사고

운전자보험이란 사망사고/중상해사고/10대 중과실 사고에 대해 ①형사합의금과 ②벌금, 그리고 ③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받는 보험이다.
여기서 10대 중과실 사고란 12대 중대과실에서 5.음주운전과 6.무면허운전을 제외한 것이다.
아래의 12대 중과실을 얼핏 본다면, 선량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어길 일이 없어 보인다.

나는 거북이처럼 천천히 안전운전해서, 운전자보험은 필요없어요

정말 그러한지, 아래부터 살펴보고 운전자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글은 아래 총정리글의 일부입니다. 함께 읽으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될 것입니다.

12대 중과실이 무엇 무엇이길래

자동차보험만으로 해결될지, 운전자보험까지 필요한 사고인지를 가르는 가장 큰 분기점이다.
우선 12대 중과실을 살펴보고 넘어가자. 의외로 뺑소니1는 12대 중대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은 12대 중과실에는 포함되지만, 운전자보험의 보장대상에서는 빠진다.

뺑소니,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은 운전자보험에서 혜택볼 수 없다

  1. 신호를 위반한 사고
  2. 중앙선을 침범하여 일으킨 사고
  3. 속도위반(시속 20km 초과)을 한 사고
  4. 횡단보도 위에서 보행자를 치어 발생한 사고
  5. 음주운전으로 일으킨 사고
  6. 무면허 운전으로 일으킨 사고
  7. 철길 건널목 통과방법을 위반하여 일으킨 사고
  8.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전의무를 위반하여 일으킨 사고
  9. 승객 추락방지 의무를 위반하여 일으킨 사고
  10. 앞지르기등의 금지구역에서 이를 위반하여 일으킨 사고
  11. 인도를 침범하여 보행자를 다치게 한 사고
  12. 화물을 고정하지 아니하여 발생한 사고

여기서,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은 당연히 법률 위반에다 잘못도 큰 것 같다.
그런데, 내게도 일어날 법한 평범한 일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운전자보험을 필요로 하게 된다.
아래를 차근히 따라가보자.


평범해 보여도 형사합의금과 벌금이 필요할 수 있는 사고들

①시속 51km로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는데 내가 100% 과실이라고?!

도심 이 곳 저 곳에서 30km 혹은 50km의 속도제한이 시작되었다.
익숙한 곳은 그나마 낫지만, 낯선 곳에선 의외의 넓은 도로들에서 30km 속도제한으로 놀랄 때가 많다.
초행길에서 앞차가 너무 느리다 싶어 추월을 하려다 접촉사고가 났다고 치자. 멈춰서고 보니, 속도카메라가 있고 30km 제한이란다.

이렇게 넓은 도로가 30km 속도제한이라니!

쌍방과실이 아니라, 내 과실 100%가 되어 버릴 수 있다. 그러면, 양측의 차량 수리비에 치료비는 물론이고, 형사합의금벌금마저 준비해야할 것이다.
불복한다면 변호사 선임비용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②경미한 사고라도 고령자와 사고났다면 형사처벌 될 수 있다

영도의 고객에게 있었던 일이다.
주유를 마치고 도로로 진출하던 자동차가 내 고객(보행자)을 못 봤나 보다. 가해 운전자도 고령, 피해 여성도 고령이었다.
툭 하고 가볍게 부딪혔고, 그대로 밀려 넘어졌다. 이내 운전자는 뛰어 내려, 서로를 확인하고 괜찮은 듯하여 헤어졌다고 한다.
별 일 아니라 여겼지만,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병원에서의 검사결과는, 흉추 골절에 요추 추간판 탈출. 여기서 요추는 기왕증이 도진 것이다.
어쨌건 6주 이상의 입원에 수술까지 했다. 이는 곧 중상해가 되어, 형사처벌이 무거워짐을 의미한다.
이 사고의 경우, 주유소의 진출로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일어났으니, [12대 중대과실]에 6주 이상으로 [중상해]가 겹쳐 버렸다.
동일한 정도로 사고가 났더라도 고령자가 포함되면, 그저 민사합의(치료비, 수리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 형사합의금, 벌금, 변호사비용이 필요해질 수 있다.

비단, 보행자 뿐만 아니라

피해차량에 고령자가 타고 있어도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③어린이를 친다면 법을 다 지키고도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

법을 다 지켜도 처벌을 받는다는 말엔, 분명 과장이 들어 있다. 법에서는 분명히 [중대한 과실], [위반]등의 사실이 있어야 형사처벌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스쿨존에서 튀어나온 어린이를 치었을 때 나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쉬울까.
성실한 전방 주시는 물론, 휴대폰을 조작하지 않았고, 정지선을 정확히 지켰으며, 차선을 조금도 걸쳐 있지 않으며, 속도도 과하지 않았단 사실을 말이다.
혹여, 큰 상해를 입혔다면 법이 나의 편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법을 다 지켰다는 건 운전자 본인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민사합의, 형사합의에 성실히 임하고 아이의 쾌차를 기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④빌딩 지하주차장을 나서다 사람을 부딪었다면 보도침범

필자는 빌딩의 지하주차장을 나서며 쩔쩔 매는 운전자를 종종 보곤 한다.

  • 오르막길을 멈췄다 다시 오르는것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자에겐 난코스다.
    출차로를 천천히 나가지 못 하고, 급가속으로 뛰쳐 나가는 경우도 다반사.
  • 출차로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부분의 경사가 완만하지 않으면, 운전자에겐 하늘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보행자, 특히, 어린이가 끼어 든다면 사각지대로 도리가 없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사고나기 쉬운데, 이 때, 의외로 문제가 되는 것이 중대과실 중 하나인 [인도침범(=보도침범)]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차량으로 주유소를 출입할 때도 [인도침범]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주유소의 진입로와 진출로가 인도는 물론이고, 횡단보도와 인접한 경우마저 얼마나 많이 보는가.
이럴 때도 마찬가지로, 치료비로 끝이 아니라, 형사합의까지 필요할 수 있다. 아래를 참조하시라.
울산신문: [교통 Q&A] 보도침범 사고의 책임


드물지만, 고의로 교통사고를 노리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

⑤일방통행로를 역주행했다간 고의사고의 타겟이 될 수도 있다

교통체증의 해소를 목적으로 곳곳의 이면도로가 일방통행이 되어가고 있다.
큰 길은 좀 나은데, 큰 도로의 뒷 골목길에서 핸들을 꺾을 때마다 나타나는 진입금지 표지판은 진땀을 쏟게 한다.

목적지를 겨우 찾아 눈앞에 두고도,

일방로 때문에 돌아 돌아 가야했던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합의를 목적으로 한 나쁜 사람들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아래는 필자가 직접 수년전 겪었던 일이다.
회사 뒷길인데, 얼마 전까지 일방통행이었다. 그러다, 인근 우회로들을 정비하며 양방향 도로가 되었다.
도로폭은 승용차 4대를 빠듯하게 병렬로 세울 만큼 조금은 넓은 폭의 이면 도로. 불법주차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어도 차량끼리 얼마든지 교차 가능한 길이었다.
필자의 차량이 진행하는데, 맞은 편에서 차량이 들어왔다. 조금씩 가까워져 오는데, 슬금슬금 중앙을 넘어 들어오는 느낌이다.
뭐지? 넓은 길 놔두고, 왜 이쪽으로 기울지? 대낮부터 술 드셨나하며 오른쪽으로 피해 드리는데, 벽에 바짝 붙어서 더이상 피할 수 없을 만큼 몰아 붙인다.
내 차가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하는 상태가 되고도 조금씩 밀고 들어오더니, 백미러끼리 딱 부딪힌다. 부딪고도 10cm 정도 더 밀고 들어와 서로의 백미러들이 꺾인 채 딱 붙었다.
상대의 차창이 내려가는데, 한껏 인상을 구긴 사내가, 오른손은 벌써 뒷목을 잡고 있는게 아닌가!

아저씨!!

여기 일방인거 몰라요??

아, 그제야 수상한 행동의 실마리가 풀렸다. 음주가 아니라, 고의사고!

선생님, 여기 얼마전부터 양방향이에요.

그래서 일부러 이러신 거예요?

상대 운전자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아, 그래요?! 하며 뒷목을 잡았던 오른손을 핸들에 철썩 붙이며, 허겁지겁 창문을 올리며 달아났다.
필자도 한가한 사람은 아닌데다, 일일이 응징해가며 살기엔 번거로워서 붙잡거나 신고하진 않았다.
애꿎은 백미러의 도장만 까졌다.
위의 상황은 블랙박스로 상대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수로 진입한 역주행길에서 자전거로 약간의 연기와 함께 공격(?)해 온다면 큰 곤경에 빠졌을 것이다.
나쁜 사람 만났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은 하루였다.


요즘은 가해자에게 운전자보험이 있다고 가정하고 크게 합의금을 요구한다

가해자에게만 운전자보험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의 가족/지인들도 운전자보험을 가입하고, 설명을 한번씩 들었다. 그렇게 스스로의 보험료를 내어오다 사고를 당하게 되면, 가해자에게도 운전자보험이 있다 여기고 형사합의금을 요구하게 된다.

어차피, 보험사에서 다 내주는 형사합의금, 다 받아야지요

요즘 교통사고 조언에서 많이 듣는 대사이다. 어려운 사정을 얘기하고, 이러쿵 저러쿵 지난하고 긴 합의의 말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합의금 산정에 있어 도움이 되기만 해야할 운전자보험이었다. 그런데, 그대로 새로운 원인이 되어 합의금 인플레이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악순환을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이렇게 돼 버렸다.

운전자보험이 커져가니, 형사합의금이 커지고,

형사합의금이 커지니, 새로운 운전자보험이 필요해져 버렸다.

그런데, 나만 운전자보험이 없는 채 사고를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

Photo by Behzad Ghaffarian on Unsplash

각주

  1. 뺑소니는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이다.